향수 리뷰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 싱그러운 풀잎을 꺾을때 날 것 같은 향수

쎈티멘탈 2025. 5. 22. 17:05

에르메스 운 자르댕 수르닐은 예전에 사뒀던 향수입니다.

당시에는 뭔가 제가 생각했던 향과 너무 달라서 사용하지 않다가 1~2년 이상 묵힌 다음에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향수에요.

이 향수를 한 줄로 표현하자면 싱그러운 풀잎들을 한 아름 꺾을때 날 것 같은 향입니다.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 선택 계기

에르메스 향수의 느낌이 궁금하기도 했고, 박스패키지와 바틀에서 뭔가 싱싱하고 푸릇하면서도 향기로운 물향이 날 것 같은 느낌이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또 박스 패키지의 '연꽃'그림때문에 연꽃향일까? 궁금한 생각도 들었어요.

근데 마침 자주가는 사이트에서 할인행사를 하고 있어서 덜컥 100ml나 구매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향수 욕심이 많아서 항상 좀 큰 용량을 사는 편이에요.(그게 싸게 먹히기도 하거든요)

박스 패키지 너무 예쁘죠? 수채화 혹은 색연필로 그린 것 같은 잔잔한 체의 그림과 바틀까지 옅은 녹색빛이라 뭔가 신비롭고 애매랄드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향수는 저처럼 이렇게 패키지만 보고 사면 당연히 안되는 것 같아요.

저는 가끔 향수를 시향하지 않고 이미지 만으로 사게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의외로 후회하게 된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시향을 꼭 해봐야 아까운 돈을 값지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 향

이 향수는 이 냄새 안에서 '꽃향'의 향기로움을 느끼느냐 아니냐에 따라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꽃향이 느껴지지 않는 싱그러운 야채의 향

싱싱한 오이, 파프리카, 당근 등의 야채를 잘잘하게 썰고 약간의 잎채소 혹은 싱싱한 풀을 한웅큼 잘라서 함께 놔두면 딱 이 향수의 느낌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향에서 토마토 향을 느끼는 분들도 있어요. 저도 처음엔 좀 그랬습니다.

저는 꽃냄새, 풀냄새, 약초향 까진 좋아하지만 야채의 향은 굳이 '향기롭다'라기보단 '맛있는 냄새'로 느끼거든요.

그래서 처음 이 향수를 샀을때는 야채의 향이 느껴져서 좀 실망했었습니다.

박스패키지에 연꽃이 있어서 약간의 꽃향도 기대를 했었거든요.

예상과는 달라서 이 향수를 사서 몇번 뿌리고 1~2년을 묵혔던 것 같아요.

근데 나중에 이 향수를 뿌려보니 첫인상과는 다른 인상으로 느껴졌습니다.

 

꽃향이 살짝 느껴지는 풀꽃을 꺾을때 나는 향 혹은 줄기째 꺾은 싱싱한 장미향

다시 이 향을 맡아봤을 때 느낌은 약간 펜할리곤스 루나 향과 비슷한 느낌이 났습니다.

다만 꽃향의 경우 대체로 약간이라도 달달한 향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 운 자르뎅 수르닐은 달콤한 향이 좀 빠진 느낌이었어요.(달콤한 향은 거의 없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싱싱하고 두꺼운 줄기를 갖은 장미를 뚝 꺾었을때 나는 향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약한 장미향과 싱싱한 식물 줄기를 꺾을때 나오는 진액 같은데서 나는 뭔가 건강하고 싱싱한 향.

꽃향이라도 꽃의 수술과 암술 쪽의 달달한 부분이 아니라 힘줄처럼 잎맥이 느껴질 정도로 싱싱한 꽃잎 쪽의 향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식물 느낌의 향을 더 강하게 느끼면서 달콤함이 빠진 부분을 느낀다면 야채향으로 느낄 것 같고, 그 향 속에서 살짝의 장미향과 비슷한 향을 느낀다면 장미향 또는 풀꽃향으로 느끼게 될 것 같아요.

이렇게 향을 느끼고 나면 박스 패키지의 그림과 향수 바틀의 이미지가 이해되는 측면이 있었어요.

너무나 싱싱해서 툭 꺾으면 진액이 나올 것 같은 풀을 꺾은 냄새를 물속의 연잎으로 표현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되었거든요.

그리고 그 은은한 물기 많은 풀꺾은 냄새 속에서 약간의 향이 느껴지는 부분을 군데 군데 섞인 연꽃의 향으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되었습니다.

 

향수를 뿌려서 코를 대고 킁킁 맡으면 끝부분에서 아주 살짝 달콤한 꽃향같은게 나거든요.

이게 이 향수의 특별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보통 다른 향수들은 꽃향을 앞세우고 풀잎향 같은걸 뒤로 깔아주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뭔가 앞뒤가 바뀐 느낌인데, 그게 새롭고 뻔하지 않아서 저한테는 신선한 느낌이 있었어요.

다만 이 신선함은 호불호를 불러올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쨌든 제가 표현한 이 느낌을 느낀다면 운 자르뎅 수르닐의 매력을 이해할 것 같고, 그렇지 않다면 '특이한 향이긴 하지만 그닥...' 이라고 저의 첫인상처럼 느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풀잎이나 식물에서 느껴지는 물기, 촉촉함의 향도 요소로 들어가서 이 향수는 꼭 '물'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래서 박스패키지에 연꽃을 표현한 것 같아요. 그렇다고 물향은 아닌데, 굳이 말하자면 풀의 즙을 짠 물에서 나는 냄새같은 느낌?ㅋㅋ 또 풀 꺾은 냄새가 그렇듯, 이 향수도 향이 짙진 않습니다. 그래서 살짝 연약한 느낌이 나는데, 이런 연약한 느낌이 또 이 향수의 신의 한수 였던 것 같아요. 진했다면 별로였을 것 같거든요. 향기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요.

 

 

향수의 이미지

기본적으로 신비롭고 중성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섬세한 남자, 혹은 여자에게서 날 것 같은 향이에요.

향수 자체의 이미지만 본다면 뭔가 비가 온 다음날 촉촉하게 이슬맺힌 숲에서 발견한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아이의 느낌입니다. 숲속에서 풀도 꺾고, 꽃도 꺾으면서 아무 생각없이 놀다가 갑작스럽게 인간과 맞닥뜨린 님프에게서 날 것 같은 향이에요.ㅋㅋ

 

중성적인 이미지의 남자나 여자분들이 뿌려주면 특유의 신비로움을 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남자의 경우에는 20대 초반 정도까지 아직 청소년 느낌이 나는 덜 성숙한 나이대가 뿌려주면 신비롭고 깔끔한 느낌이 들 것 같고. 여자의 경우에는 폭넓게 다 어울릴 것 같지만 특히 단발 이하의 짧은 헤어에 자신만의 분위기가 있는 중성적인 분들이 뿌리면 신비로우면서 매력적일 것 같습니다.

 

흰색 셔츠나 심플한 면 원피스를 잎고 뿌려주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고(진짜 님프처럼)

스웨터에도 어울릴 것 같아요.

이슬맺힌 싱그러운 풀향이라 아무래도 계절상으로는 봄/여름 쪽에 가까운 향수일 것 같지만 저는 겨울에도 좋았습니다.

특히 겨울에는 저처럼 땀 많은 분들이 속에 입는 면 티셔츠 같은 곳에 뿌려주면 특유의 촉촉한 풀잎향과 면 티셔츠 젖은 냄새가 적당히 섞이는 느낌이었어요. 땀으로 면셔츠가 젖은 냄새가 마치 이슬향처럼 느껴지는 효과.ㅋㅋ

봄같은 건조한 계절이라면 옷보다는 몸 쪽에 뿌려주는게 더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뭔가 촉촉한 쪽에 뿌리는게 잘 어울리는 느낌이에요.

정장에도 무난하게 잘 어울릴 것 같지만, 여성스럽고 드레시한 옷에는 잘 안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에요. 특유의 중성적인 느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겨울에 녹색 스웨터에 뿌려줬는데, 뭔가 스스로 풀잎 그 자체가 된 것 같은 느낌이라 괜히 혼자 좋은 느낌이었습니다.ㅋㅋ(향수는 진하게 뿌리지 않는다면 자기 만족의 영역에 속하는 것 같아요)

 

그 외에 너무 디테일 할 것 같긴 하지만 검은 색 머리의, 단발 보다 짧은 헤어 그리고 동양사람들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향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향수가 땀을 흘리고 나서 햇빛에 말리고 나면 가끔씩 느끼해지는 느낌이 저한테는 있었거든요. 그 느끼해지는 느낌이 오일리하거나 우드향 이런 느낌은 아니고 향 자체가 햇빛에 변향되는 느낌이 저한테는 있었어요. 어쩌면 바싹 말린 얇은 면티에서 나는 햇빛 냄새 같은 것과 이 향수는 잘 안어울리는 느낌 때문인 것 같아요. 암튼 이 향은 촉촉함, 물기와 잘 어울리는 향이고 체취가 강한 분들이 뿌리면 냄새가 안좋게 변질될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또 비오는 날 뿌려주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브랜드 측의 설명

이집트 아스완 정원을 거니는 듯한 느낌으로 제작된 향기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향수이름이 'un jardin sur le nil(나일강의 정원)'인 것 같아요. 그린 망고와 로투스, 칼라머스, 시카모어, 우드로 상쾌한 향기를 추구했다고 하는데 망고느낌의 달달함은 거의 없고, 우드 향과 같은 묵직함은 아예 없는 것 같고. 칼라머스랑 시카모어는 둘다 어떤 종의 식물, 나무라고 하는데 어떤 향이 나는 식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딱 하나 그럴듯한 향은 로투스인 것 같은데, 실제로 로투스의 향이라기보단 그냥 이미지상으로 로투스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제가 박스 패키지를 보면 이 향수를 이해했던 것 처럼요)

설명이 간단하고, 향조도 간단한 것 같아서 좀 의외였습니다만 향 자체가 강렬하지 않아서 향조도 간단할 것 같은 느낌이긴 합니다.(비싼 브랜드인데 너무 간단한 것 같아서 살짝 실망도..ㅋㅋ)

 

 

최종의견

저는 원래 같은 향수를 두번 산적이 없습니다. 진짜 지금까지 평생 한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저에게도 딱 한가지 다시 갖고 싶은 향수가 있긴 합니다. 그건 추후에 다시 리뷰를 해볼께요.)

근데 이 향수는 제가 워낙 대용량을 사기도 했고, 다시 구매를 하게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매력있고 신비로우면서 특이한 향이긴 하지만, 중성적인 면에서는 어쩌면 저랑 어울리는 면도 있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냥 있는 동안만 잘 사용할 것 같아요.

아마 이 향수의 독특한 면때문인 것 같은데, 역시 사람들이 많이 뿌리는 향수가 다 비슷비슷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 향을 너무 독특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제 남편이 그랬습니다.ㅋㅋ

저의 경우엔 이 향이 어느날은 싫다가, 어느 날은 좋을 때가 있습니다.

같은 사람이 이렇게 호불호를 타는 것도 참 신기하긴 한데.

어쨌든 저는 그냥 한결같이 좋은 향을 원하기때문에, 재구매는 하지 않는 걸로. 그런면에서 대중적이진 않고 매니아층이 있을 듯한 향수입니다.

하지만 뭔가 독특하고 특별한 향수, 스스로가 좀 중성적인 스타일이다 싶은 분들에게는 신비로운 느낌으로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향이 특별한 만큼 반드시 시향한번 하고 구매하시는 걸 추천합니다.